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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글귀

[스크랩] 이순(耳順)을 코앞에 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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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耳順)을 코앞에 두니/청송 권규학
    
    
    정수리에 머리털 빠져나가고
    귀밑머리 희끗희끗해지는
    깔딱고개 한참 지난 내리막길
    그 뜨거웠던 장작불빛 사그라지고
    꺼져가는 모닥불 품어 가슴 데우는 시기
    이제 가물거리는 촛불 하나 지키려
    온몸을 던져 바람을 막습니다
    처자식 돌보랴
    가정을 지키랴
    30년을 하루같이 분주했던 마음자리
    정년(停年)을 앞에 두니
    
    
    포도(鋪道) 위의 버즘나무잎처럼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신세 처량하구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세월
    끝날 듯 이어지는 지지부진한 삶
    똑바른 길로만 걸어온 외곬 인생
    조금씩 앞이 보일 듯도 한데
    늙었다고 하면 서러움이요
    젊었다고 하기엔 서글픈 나이
    억새 숲 사이, 소슬바람에 몸을 맡기고
    볼그랗게 익어가는 홍시처럼
    그저 오를 때 보지 못한 꽃들
    내림길에 하나둘 챙기려하네.(131118)
    
출처 : 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
글쓴이 : 청송 권규학 원글보기
메모 : 나이는 그냥 먹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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