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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인을 찾아 가는길 김용복 발신인을 만나기 위해 비탈진 길을 따라 오르고 올랐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흰머리 노인의 한숨에도 억새는 흔들렸다. 소나무는 가는 길을 따라 기웃거리며 따라 왔다가 돌아보면 장승처럼 웃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자작나무의 떨리는 잎에서 바이칼호수 건너 편 숲속의 승냥이 울음을 날라 왔다. 열려진 하늘이 나뭇가지에 먹혀버리는 어둡고 음산한 산길을 홀로 걷는다. 가끔 산 꿩이 우측에서 날라 좌측으로 숨어 갈잎을 파고드는 소리와 발밑에 밟히는 낙엽 부서지는 소리로 가름했다.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는 어릴 적 부엌 부뚜막에서 맡았던 흙냄새라 처음 가는 길이 아님을 알았다. 울어대는 가을 까마귀 울음소리에서 죽은 시체를 뜯어 먹었다는 불길한 예감이 전해졌다. 신발 코도 낯선 길 칼날 같은 가을 풀이 바지 끝 실오라기를 뜯어 먹는다. 어찌하여 발신인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풀과 나무와 바위와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숨어 계실까? 아름드리나무처럼 나를 지켜주신 당신 버거운 짐 등에 지시고 나를 키워 주신 분 지금은 떠나 안계시지만 늘 마음에 계신님이 그립습니다. 총각시절 부친 사망 전보와 함께 도착한 엽서에 네 색시 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던 유언이 불효라는 가시로 찔려 옵니다. 2013.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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