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단상
광토 김인선
이별이란 맑게 개었던 하늘이 컴컴해지며
갑자기 구멍이 난 듯 준비 없이 쏟아지는 폭우를 맞는 것과 같다
난데없는 비를 흠뻑 맞으며 어떡하든 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앞도 보지 않은 채
마구 뛰어보지만 순식간에 옷이 흠뻑 젖어 가슴 시리도록 몸이 차가워지고
급하게 뛰어든 남의 집 추녀 끝에서 비를 긋는 동안 벗을 수 없는 옷은 점점 무겁게 달라붙는다
머리에서 얼굴을 거쳐 속살로 흐르는 빗물의 느낌은 이별 후 홀로 흘리는 서러운 눈물 같다
그 축축함
오돌오돌 솟는 소름 따라 떨리는 가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가끔 가라고 말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얼굴빛을 지니지만
심장의 동맥은 이미 막혀 가슴이 멍들고 허파꽈리가 검게 죽어 가고 있을 것이다
만약 가을에 이별을 했다면 가랑잎이 비처럼 내리는 밤
깊어지는 아픔을 깨우듯 발길에 차이는 낙엽이 어제보다 더 슬픈 울음 우는것을 느낄 것이다
이별하자는 말을 갑자기 들을 때 붙잡으라고 가슴이 소리친다
자기 아닌 누군가의 목덜미를 감는 하얀 손가락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떠나간 사람을 그리며 한 줌 재처럼
거울 속에서 하얗게 무너져 내리는 제 모습 그것이 제 잘못이라는 것을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살아가며 멈춘 적 없는 호흡이기에 공기를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자기의 상대가 절대 사라지지 않고 늘 머물 거라고 배려의 필요를 잊은 잘못된 생각 때문에
우리는 이별이란 무거운 추를 발목에 매단 채 깊은 물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숨 막혀 오기 시작하고 폐 속에 남은 마지막 한 모금마저 소진하면 수면으로 떠오르려는
마지막 몸부림을 치며 처절한 아픔을 겪는다
그렇게 이별은 툭툭 물거품 사라진 후 호흡 멎는 고통이 올 때
산소 같은 귀했던 상대를 그리워하는 참으로 가슴 저린 일이다
이별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라 했다
태양이 사라진 거라 했다
만약 사랑이 처음이라면 더 이별이 두려워질 수도 있다
절망 속에 묻히는 시간이 자신에게 닥칠 거라는 생각을 누가 하겠는가
쉼 없이 흐르는 세월에 언젠가 이별이 있다는 것
아예 사랑이란 약속하지 말아야 할까
마음속 저울추 놓고 갈등을 겪으며 죽음 같은 흔들림을 느낀다는 것
그 추한 맥박
애초 지니지 말아야 할까
이별은
소리없이 싹 트는 절망이다
고통이 고통을 향해 아픔을 전가하면
지녔던 자기의 고통이 모두 사라질까
이미 겪고 있는 고통 속
건네진 고통을 너는 받아 드릴 수 있겠나
고통에 고통 스미면
겹쳐질 힘든 대가를 생각할 것이고
그리고 말할 것이다
'나도 많이 아파'
우리는 늘 대신 아파해 줄
진정한 믿음
서로 찾는 것이다
보상의 가치를 요구하는
이상한
사랑이라는 투자에
-'사랑이라는 고통'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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