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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글귀

[스크랩] 썩을수록 향기로운 모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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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를 무장무장
피어 올리는 호수를 보러 나선
이른 새벽의 산책길에서였지요

시인은 모과나무 아래를 지나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푸른빛의 모과 한 알을 주워
 내게 건네주었습니다.
 

벌레 먹은 자리가 시커멓게 변색되어
 마악 썩기 시작한 
못 생긴 모과 한 알.

별 생각 없이 받아
 차 안에 던져 놓았었는데 
차를 탈 때마다 
달콤한 향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향기의 정체가 궁금하여
 차 안을 뒤지다가 
노랗게 잘 익은 문제의
 모과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구석에서 익어가며, 썩어가며 향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세 번 놀라게 만드는 
나무가 모과나무이지요.

못생긴 모양에 놀라고, 향기에 놀라고, 
마지막 떫은맛에 놀라고 마는.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생겨날 만큼
나무참외란 뜻의 목과(木瓜)에서
 
 비롯된 모과란 이름이 
못생긴 것들의 대명사가 된 데에는
 
 외양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시각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썩어가면서도 향기로운 모과처럼 
사람도 나이 들수록 향기로울 수는 없는 것인지.

시인이 제게 건네준 모과 한 알 속엔 
그런 숨은 뜻이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합니다. 
- 백승훈 님, 썩을수록 향기로운 모과처럼 -
  


 

출처 : 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
글쓴이 : 민 들 레 원글보기
메모 : 그윽한 모과 향기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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