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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글귀

[스크랩] 선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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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집

受天 김용오


모리배인 칼바람에 얻어맞은
옷깃이 살구처럼 익어가는 이런 날이면
백열전구 하나를 조등이듯 켜 놓고
선지국을 파는 선술집을 향한다
가난한 이들이 국물하나를 사이에 놓고
악어 껍질이듯 물어뜯으며 저들이 읊어대는
가슴 저린 노정을 듣고픈 것도
그 집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그 집을 더 찾는 다른 이유 하나는
세월이란 거친 소낙비를 흠뻑 맞아
감나무인 성치 않은 그 다리를 하고선
보글보글 끓은 국물에 아홉 짐의 봄꽃들을
숭숭 피워 훈훈한 봄들을 그릇그릇 나르고 있을
내 어머님을 닮은 주모가 그리워서일 것이다

지금처럼 세종로 거리가 갈기갈기 찢겨
펑펑 울며 눈(雪)으로 퍼붓는 이런 날이면
필경 주모의 가마솥에는 검푸른 바다가 열리고
성난 파도 철석일 그 모진 겨울바다와의
사투에서 모래톱인 그 손으로 가난한 이들의
허기를 달래길 위해 훈훈한 봄(春) 하나를
넘치도록 지피고 계실 것이다

냉이에서부터 목련이며 개나리와 진달래가
활짝 피어나고 있을 봄(春)을 말이다.

 

 

 

 

 

 

 

출처 : 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
글쓴이 : 헤르만 햇세 원글보기
메모 :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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