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을 여는 글귀

[스크랩] 버스 안에서

반응형

 

 버스 안에서 / 김지명

 

  평소에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십삼 년 시월 초순에 집에서 파티를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큰 시장으로 갔다. 부전 시장에서 필요한 재료를 무겁도록 구매하여 자루에 가득 담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부전역 앞으로 통과하는 노선버스는 83번뿐이다. 그것도 배차 시간이 십 분에 가깝도록 자주 오지 않아 많은 사람이 모였다. 한 참을 기다려 버스가 오자 사람들이 일제히 입구 쪽으로 몰려들어 나는 짐을 가지고 타기가 어려워 운전기사에게 양해를 구했다. 짐이 많아 뒷문으로 타겠다고 하니 기꺼이 허락이 떨어지자 바로 뒷문 쪽으로 갔다. 운전기사는 짐은 뒷문으로 싣고 사람은 앞으로 타라고 했지만, 뒷말은 듣지 못했다. 기사의 고마운 말에 얼른 출구 문으로 내리는 사람이 없어 자루를 올려놓고 단말기에 카드를 댔다. 출구 단말기스피커를 통해 감사합니다. 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자루를 안전한 곳에 붙여놓고 안전 고리를 잡고 서 있었다. 잠시 후 버스가 출발하더니 운전기사가 의문의 말을 던진다.

  "뒷문으로 탄 손님? 앞에 와서 찍어달라고 했는데 오지 않아요?"

  "아 네 뒷문 단말기에 찍었어요."

  "앞문으로 타라고 말했잖아요."

  "그리하셨나요? 못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기사는 화난 말투로 다시 말한다.

"앞쪽에 와서 찍어달라고 하지 않았소."

  하면서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한다. 뒷말을 듣지 못한 죄로 죄송하다고만 했다.

  "다음에는 반드시 앞에서 찍겠습니다."

   하였더니 출구 쪽 단말기는 일일이 검사하지 않기 때문에 입구 문 쪽에 붙은 단말기에서 찍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많아서 따지려다 참았다. 주위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이다. 다른 기사는 뒷문에서 찍어도 된다고 하고 이 기사는 안 된다 하니 참으로 헷갈린다고 말한다. 누구나 같은 생각이지만, 다시 물으면 싸움이 날 것 같아서 그만 입을 다물었다. 요즘 시대가 아주 이기적이고 안일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화합이라고는 단어가 유명무실하여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아 찾아볼 필요성이 없어진 지 오래다.

  며칠 전에는 버스에 노인이 올라왔을 때 젊은 학생은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개념을 모르고 있다. 중년인 내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뒤쪽에 서 있었다. 다음 정류장에서 몸이 아주 무거워 보이는 임신부가 승차하여 버스 복도에 서 있어도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너무나 안쓰러워 보여 옆에 앉아있는 학생에게 '저기 임신부에게 자리를 좀 양보하면 안 되겠는가?' 하고 물었다. 여학생이라 자신의 미래가 생각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임산부를 앉히려 했는데 곁에서 힘들게 서 있던 할머니가 얼른 앉아버렸다. 그 모습을 보다가 학생에게 미안하다고 하니 학생은 괜찮아요. 하면서 앞쪽으로 나가버린다. 곁에서 지켜보던 중년 아주머니가 임신부의 손을 잡고 자기 자리에 앉힌다. 그 아주머니가 얼마나 고마운지 눈시울이 뜨거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임신부는 산달이 되었는지 몹시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인다. 처음 보는 임신부이지만, 동생처럼 보호해주고 싶다.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자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처럼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였다.

  버스 안에는 다종의 얼굴과 앉은 모습이 천태만상이다.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인, 덩치 좋은 남자가 잠바스타일에 중후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여자들의 다리는 다양하다. 굵고 짧은 다리와 길고 가는 다리가 허벅지를 내놓고 서 있다. 노출의 시대라서 용기 있는 여자들은 불혹의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칠 정도로 짧게 입은 여자도 있다. 아름다운 여인의 다리를 보려고 반짝거리는 남자의 눈동자는 영롱한 이슬처럼 빛난다. 여인의 넓적다리를 훔쳐보려고 눈길을 마음대로 돌릴 수 없는 무서운 여성 상위 시대에 살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 버스 안이 복잡하여 허벅지가 잘 보이지 않지만, 한가한 시간대에 버스를 타면 젊은 여인의 허벅지를 흔히 볼 수 있다. 뒷좌석에 앉은 남자의 대다수가 버스 중앙에 선 아가씨의 다리에 눈길이 간다. 엉덩이가 보일 듯 말듯한 짧은 바지를 입은 아가씨가 부끄러움 보다는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팬티스타킹을 입지 않고 원피스가 허벅지까지 올라간 중년 부인도 있다. 버스 안에서 경제의 흐름과 유행에 민감한 여성들의 옷차림과 품위에서 빈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버스 안은 가정의 안방 같기도 하다. 친구들이 한꺼번에 많이 탔을 때 수다로 버스 안은 왁자지껄하다. 버스 안에서 훈훈한 분위기에 기분이 흐뭇할 때도 있다. 학생이 자상하게 가르쳐줄 때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어 고맙기만 하다. 요즘은 주머니 전화기 시대라 누구나 갖고 있다. 중년에 구매는 했지만,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고민할 때도 있다. 버스 안에 학생이 앉아있으면 그 옆으로 간다. 전화기를 꺼내어 내가 알고 싶은 부분을 학생에게 질문도 해본다. 버스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속의 글을 카카오톡으로 지인에게 보내기도 한다. 버스에서 손전화기를 만지작거리느라고 목적지를 지나갈 때도 있다.

  버스 안에서 창살 없는 감옥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취객이 운전기사에게 폭언하므로 버스 안 분위기는 공포심이 감돌아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취객의 폭행을 막으려고 버스회사는 칸막이를 설치해놓았지만, 절반밖에 막을 수 없어 의미가 없다. 취객처럼 활동하는 강도가 승객에게 공포의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버스 안에 승객이 긴장한 틈을 이용하여 강도들이 활동하기도 한다. 강도들은 의자에 앉아있는 여인의 목걸이를 노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훈훈한 인심에 고마움을 전할 아는 시민도 있다. 중년 아저씨가 노모에게 자리를 양보하면 고마움을 참지 못하여 할머니는 신사의 손을 잡고 고맙다면 몇 번이고 인사한다. 131123.

출처 : 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
글쓴이 : 지명이 원글보기
메모 : 버스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