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시간 속 너를 위해
炚土 김인선
피멍이 엷어지기를 바랐던 어리석음이 한 겹 더 아픔 되어
살갗의 주름이 검게 번지고 있다
보고 싶은 너의 눈동자는 맑고 푸른 하늘에 걸렸고 솜처럼 피어난 하얀 얼굴
그 부드러운 피부를 스친 잔잔한 바람은 숨 막히는 속삭임 되어 귀가로 온종일 파고든다
세월이 감아 도는 강 자락에 눈이 오고 비 오고 낙엽이 뒹굴고
외롭고 외로워 홀로 기다리며 강물만큼이나 눈물이 넘쳐나도 나타나지 않는 너
생의 갈라진 지류에 남겨 놓은 조그만 모래톱에 밤낮없이 갈대가 운다
그날 강가 자갈밭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스쳐 지나가지 못한 것은
네가 지닌 마음이 한없이 윤 흐르고 비단결처럼 매끄러웠던 탓이다
고운 나비처럼 박힌 하얀 무늬 지닌 오석을 내 안의 석 대에 간직하고 싶어 지녔던 사랑
그러나 작은 몸에 패인 두어 줄기 깊은 흔적 탓이었나
내 것이 될 수 없는 아픈 기억 토하며 떠나려는 몸짓
속삭이는 강바람 찾아 갈대 무성한 그날 그 목새를 애처롭게 그리는 너
독한 가슴애피가 밀리는 시간 모래 먼지 날리는 강변에 다시 내려놓은 오석
허한 느낌에 젖어 이별 아닌 이별로 차갑게 흐르는 진한 아쉬움에 하늘이 사라졌다
어디까지 흘러갔나
보고 싶은 마음에 찾은 강가에서 혼을 강물 위에 띄우고
나는 너를 찾아 하염없이 흐른다
너의 엷은 흔적과 점점이 흩어지는 체취를 따라 흐른다
애타던 여정
아, 파도 소리가 들린다
세상에서 헤어졌던 또 다른 인연이 서로 눈물 섞는 소리가 들린다
긴 시간 앞을 막고 있던 무심한 기다림의 끝에 들려오는 바위 때리는 저 소리
너도 들리는가
너와 나
이제 진정 가까워지는가
애타던 재회의 소망으로 앞 물결을 세차게 민다
묻혔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드넓은 바다
그곳에서
버려진 시간 속 너를
나는 볼 것이다
만날 것이다
영원한 노래 부를 것이다
일상의 시끄러운 소리가 모두 사라진
고요 속이었기에 잘못 들었을 리가 없다
순간 젖은 눈빛을 보았고
숨 멈춘 듯 가는 맥박도 느꼈다
분명한 발음 부드럽게 물결치던 공기의 파동
'사랑해요'
너무나 뚜렷하던
진한 소릿결이었음을
꿈이 아니었건만
왜 아쉬워하는가, 꿈처럼
지금 잠시 스쳐 갈
한낮
소음 속 아닌가
-'사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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